아기냥이♥

(출산후기) 38주3일 D-day 신촌세브란스 입원 절차, 역아 제왕절개 과정 후기

ㅇㅎㅁㄴ 2022. 1. 1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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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주 3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려 온 우리아기를 만나는 날!♡ 디데이다. 전 날 따로 연락을 줄거라고 들었어서 입원 관련 안내를 하루종일 기다렸는데 밤 10시쯤 전공의에게 문자로 연락받고 전화로 입원 절차에 대해 다시 한번 들었다. 마지막 진료 때까지 수술이 정확히 몇 시에 들어가는지는 정해지지 않아서 듣지 못했기 때문에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대략적인 예상 수술 시간과 입원실 수속 절차에 대해 자세하고 친절하게 잘 알려주셨다.


우리냥이는 어젯밤 정말정말 태동이 활발했다. 남편이 손을 얹어보더니 이렇게 심하게 움직인 적이 처음이지 않아? 물어볼 정도로. 내가 저녁 내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아기도 같이 불안해서 그랬던건지 신체적으로 다른 불편한 이유가 있던건지 걱정도 조금 되었다. 전해지길 바라며 "하루만 더 건강하게 버텨줘!"라는 마음의 소리를 자꾸 울렸다. 지난 주 목요일 초음파를 봤을 때 3.1kg 조금 못되었는데 일주일 동안 몸무게는 얼마나 늘었을까 궁금하다. 조심스럽게 3.4~3.5kg 예상해 보는데.. 너무 훅 늘어나 있지는 말길! 단거 많이 먹어서 미안하니까.

그제와 어제 시댁과 친정 모든 가족들에게 잘하고 오라는 응원의 전화와 메시지를 받았다. 엄마랑 통화할 때는 나도 모르게 "엄마 나 너무 무섭다고" 울 뻔.



오늘 아침은 남편이 아침부터 사부작거려서 일찍 깼다. 8시 40분쯤 알람을 맞춰놨는데 7시 30분쯤 일어났다. 남편은 아기를 만날 생각에 떨리고 설레서 일찍 깼다고 한다. "으웅.. 나.. 나도 그래..(근데 남편은 떨리는 게 다야..????? 나만 무서워???)"

어젯밤 긴장과 스트레스로 밤 12시까지 물과 디저트를 엄청 먹고 잤더니 고대로 다 붓기가 되어있었다. 12시 이전에 꼴딱꼴딱 물을 최대한 많이 먹어 둔다고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물이 고프지 않은 건 아니구나. 아침부터 목말라 죽겠다.

가장 중요한 입원 준비물! 사전에 찾아봤기에 예상했던대로 8시 30분 경 은평알림톡으로 어제 검사한 코로나19 결과가 왔다. 다행히 음성!

잘 챙겨서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브런치 집에 들려 몇 일동안 나를 간호해주며 고생할 남편 밥을 먹인 다음 병원에 도착했다. 주차가 유독 붐벼서 본관이 아닌 암병동 지하 4층까지 들어가야 했다. 브런치집에서 여유있게 9시 50분에 출발했는데 주차하고 어린이병동 6층 분만실에 도착하니 얼추 10시 20분이었다. 10시 30분까지 오랬는데 시간적 여유를 두고 오지 않았으면 좀 늦을 뻔 했다.

암병동에 주차하고 어린이병동까지 올라가는 길도 꽤 복잡하고 오래걸렸다. 처음 오는 길이라면 시간을 여유있게 두고 오는 게 좋겠다.

어린이병동 6층 분만실에 도착해서 수술 전 마지막으로 아기자세를 보는 초음파를 봤다. 아직 역아로 있는지 아기 자세랑 심박수만 확인하는거라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5분 정도? 보호자는 분만실에 못들어와서 아예 밖에서 잠시 대기해야했다.

분만실이라고 하는 명칭이 주는 생경함, 초음파방의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와 수술 전이라 스스로 워낙 긴장이되서 초음파만 보는 건데도 조금 무서웠던 기분.

어린이병동에서 나와서는 본관 7층 당일입원실A,B에 갔다. 입원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직원분께 PCR검사 음성확인서를 보여줘야 하는데 없으면 엘리베이터 타기도 전에 입구컷 당한다.

당일입원실A,B

당일입원실 B실 앞에서 전 날 보건소에서 받은 코로나 음성 확인 및 신분증 체크, 코로나증상 유무 확인서, 입원동의서 등을 보호자와 함께 작성하고 보호자출입증을 받을 수 있었다.

병동에 들어가거나 왔다갔다 할 때 필요한 출입증이다. 손목에 하는 밴드에 고유 바코트가 있어서 찍고 왔다갔다 하면 된다.

안쪽에 있는 배드 하나를 배정받고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수술 전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수술 대기를 했다.

가장 먼저 수술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양갈래 방향으로 노란고무줄을 이용해 묶었다.

여러가지 간단한 사전 문답을 통해 항생제 테스트는 생략되었다. 손등에 수술용 바늘을 꽂고 대기하고 있으니 어떤 의사선생님 한 분이 오셔서 애기심장박동수를 듣고 가셨다.

수술시간이 잡히면 소변줄을 꼽고 수술실로 이동할거라고 안내를 받았다. 소변줄 꼽는걸 한번도 안해봐서 아플까봐 걱정했는데 참을만 한 수준이었다. 처음이라 많이 긴장해서 그렇지 주사처럼 따끔하게 아프진 않았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마취없이 수술 직전 소변줄을 꼽고 들어간다.

보호자는 따로 작은 안내문 종이와 함께 내가 수술에 들어가면 보호자가 할 일들과 동선을 설명듣는다. 원무과에서 아기 병실 신청을 해야 하고, 산모가 수술실에 들어가면 신생아실 앞에서 물티슈를 들고 대기하면 된다고 했다.

10시 30분에 도착해서 초음파로 아기 위치보고 당일입원실A,B에서 수술 준비를 하고 11시부터 한없이 대기했다.

워낙 응급도 많고 상황이 그 때 그 때 유동적이라 진료 때부터 날짜만 잡고 몇 시에 수술 한다고 말씀을 안해주셨는데 당일에도 계속 시간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대기 한 두시간쯤 지나서였을까, 긴장도 되고 생각보다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 같아 수술 언제 하게 되는지 물어보니 이날 따라 응급 환자가 많다고 했다. 내 앞에 수술 환자만 3명이 더 있다고. 좀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수술을 위한 준비는 고작 링거 꽂은 게 다인데 이미 몸이 아픈 환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긴장과 오랜 기다림, 금식(물X)으로 인해 마음이 더 지쳤던거 같다.




오후 5시쯤 되니 당일입원실로 전화가 한 통왔고 나를 부르는(?) 전화임을 직감했다. 소변줄을 꼽고 이제 드디어 수술실로 이동한다고 했다. 오래 기다린만큼 더더욱 떨리고 긴장되고 무서웠다.

6시간 전, 손등에 수술용 바늘을 꽂을 때부터 결정했다. 이 미약한 마음과 멘탈로는 수술 과정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들어가서 마취되고 수술 들어가기 전에 재워달라고 해야겠다고.

소변줄을 꼽고(처음엔 많이 아프진 않았지만, 거의 다 들어갈 때즈음 힘을 많이 줘서 꽤나 아팠다. 힘주면 아픈가보다.) 그냥 편안하게 누워있으니 병원 남자 직원 분이 침대를 밀고 수술실 안까지 이동시켜주셨다. 남편은 같이 가다가 어느 순간 안녕하고 사라졌는데 천장만 보고 가는거라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었다. 거리도 가늠이 안됐다. 긴장되서 정신도 없었고.

본관에 있는 수술실에 도착해 마련되어진 대기 공간 한 켠에 누워있으니 초록색 수술복을 입은 한 남자선생님이 앞 타임 수술방이 아직 정리가 안되 정리 중이라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한 5분 정도 됐을까 여자 마취과 선생님이 오셔서 오늘 수술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주셨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재워달라고 하니 하반신 마취는 그렇게 하면 아기에게 마취약이 갈 수 있어 아기 나오기 전에는 재워줄 수 없다고 했다.


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느 분만 후기에는 잠시 잤다가 애기 나올 때 깨고 또 잤다 뭐 그런말도 있었는데??? 당황했고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아기가 나오는 것까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아서) 지금 전신마취 가능한지 물어보니 처음 말했던 것과 마취방법이 달라져서 였을까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확인하시고는 그렇게 해주시겠다고 했다.

아기에게 마취약이 가는 걸 최대한으로 막기 위해 배소독 및 모든 수술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마취에 들어갈테니 상황이 조금 불편해도 참으라고 했다. 수술실 대기방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 줄 모르겠지만 침대에 눕힌 상태 그대로 진짜 수술방으로 끌려갔다.

살면서 수술실 안은 맨정신으로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더 오싹했다. 내부 벽면은 밝은 연두색 페인트로 칠해져있고 조명은 완전 밝고, 옮겨진 침대 배드는 무척 좁았다. 수술실 안은 여러 전문의 선생님들과 인턴 선생님들이 수술 준비로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시며 수술 준비를 하고 계셨다. 인원은 정확하진 않지만 못해도 한 열 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다들 엄청 젊어보이셨고 남자 선생님 여자 선생님 반반 정도의 비율로 계셨다.

수술대 위로 올라서 맨정신에 입고 있던 수술복 하의를 모두 탈의하고 나니 부끄럽고 약간은 수치스러웠지만 생각을 비우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선생님께서는 차디찬 소독약을 수술 부위보다 훨씬 더 넓게 발라주셨고, 또 어떤 선생님은 양 손을 찍찍이로 고정시키고 심장 근처에 뭘 붙여주셨다. 산부인과 담당의 선생님께서는 갑자기 나타나셔서(?) 수술 부위만 남기고 가림막으로 모두 가려주셨다. 갑자기 얼굴 앞에 가깝게 천으로 모든게 가려지니 덜컥 겁이 났다. '나.. 괜찮은거야?' '너무 무서워..'

동시다발적으로 선생님들은 각자의 일을 하고 계셨고 내 기억에 마지막으로 마취과 선생님이 흰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산소호흡기를 천천히 씌워주시며 마시라고 했다. 2~3번 들이 마셨을까 바로 잠들진 않았고 왼팔에 찔러놓은 링거에서 차갑고 뻐근한 용액이 쭉 몸 안으로 올라오는 걸 느끼며 스르륵 잠이 들었다. 아기를 건강하게 만날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무서웠기에 일어나면 이 무서운 모든 게 다 끝나있길 바랬던거 같다.

회복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다른건 미처 생각나기도 전에 수술 부위의 강렬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아프다는 통곡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왔다. 제왕절개 수술 아프다는게 이런거구나. 이런 느낌이구나. 말로 설명하기 힘든 찐 아픔이었다. 진짜 너무 아파서 의료진에게 나도 모르게 계속 아프다고 말했고(죽겠어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엉엉 울었다는 표현이 맞을거 같다.




진통제를 지금 놓았으니 곧 괜찮아질거라고 했는데 한 한 시간 동안은 절대 괜찮지가 않았다. 진짜 고통스러웠다. 그 과정 속에서 벽시계를 봤는데 5시 수술 시작 시간으로부터 1시간 40분정도 가량 흘러있었고 우리 아기 잘 태어났는지, 아빠는 만났는지 지금 어딨는지 너무 궁금했다.

잠시 후 직원 분이 오셔서 병동(어린이병동 6층 4인실)으로 나를 이동시켜줬고 비몽사몽하는데 갑자기 어렴풋하게 남편 목소리를 들려왔다. 온 몸이 너무 아파서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최대한 배에 힘이 안들어가게 모든 힘을 내려놓고 눈도 감고 있으니 남편은 내가 안깨고 자는 줄 알았나보다. 너무 아프다고 남편을 보고 콸콸 울고 싶었는데 그 와중에 남편은 간호사님께 보호자 설명 듣느라 바빴다.

무통이 들어가고 있지만 아프면 주기적으로 꾹꾹 눌러서 무통약이 들어가게끔 하라고 들었는데 진짜 너무 아파서 참을 수 없으니 엉덩이 주사를 놔달라고 했다.
회복실에서 한번 맞고 왔을텐데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시고는 주사를 또 놔주셨다. 엉덩이 주사를 맞고나니 확실히 한결 살거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까보다 견딜 수 있는 수준의 고통이 되었다. 엉덩이 주사는 마약성 진통제로 4시간 정도의 진정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게 대체 무슨일인가. 나에게 무슨일이 일어난건가. 한 2~3시간은 정신없고 아프고 넋이 나가있었다.

남편에게 아기 봤냐고, 인사했냐고, 어땠냐고 사진 보여달라고 했더니 급하게 한 장 찍은거 보여줬다.(사진에서 급함이 느껴졌다.) 달덩이같이 동글동글하고 포동포동하고 귀여운 우리 아가. 건강하게 잘 태어났다고 한다.



태어난 시 2022.1.14(금) PM 05:42
몸무게 3.44kg

회복하는 시간 동안 몇 번이고 사진을 보고 또 봤다. 보면 볼수록 아기가 더욱 사랑스러워지고 마음 속 깊숙히 행복감이 차올랐다. 너무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 미소를 짓게 되었다. 우리 부부에게 이렇게 감사한 선물이 건강하게 무사히 도착해주었다니. 세상에 절을 하고 싶을 정도의 감사한 마음이었다. 아기는 천사라는 말이 진정 맞는말 같다.

푹 꺼져있는 내 배를 보면서 시간이 갈수록 아기를 낳았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아기를 품고 있던 지난 몇 개월 동안의 기억들이 사르르 스쳐지나갔다. 조금 전까지만해도(오전) 내 배 안에서 꿀렁이던 소중한 나의 아기. 얼굴을 보게 되니 "바로 너였구나~!"싶고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전날 0시부터 공복에 물 한 모금 못마시고 있던터라 물은 언제부터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병원복으로 갈아입혀주시고 압박스타킹을 신겨 주신 다은 이제 먹어도 된다고 하셨다. 당장 남편에게포카리를 사다달라고 부탁해서 빨대를 이용해서 목을 축였다. 당일 저녁시간 동안 포카리 620ml 4통을 클리어 했다.(다음날 남편말로는 병원에서 포카리 값만 3만 원이 나왔다고 한다.)



소변줄로 점차 맑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가스가 나오면 얘기해달라고 했는데 전혀 그럴 기미는 안보였다. 침대 위에서 몸을 조금씩 계속 움직이라고 했고, 열이 오를 수 있으니 크고 깊게 호흡을 계속 해줘야 한다고 했다.(*호흡 연습 할 수 있는 기구를 제공해준다.) 내일 아기를 보러가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계속 꼼지락대며 연습했다.

남편은 아기가 또 보고싶었는지 당일 저녁 혼자 면회를 다녀왔다. 그리고는 5분 가량 찍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하품하고 재채기하고 눈을 깜빡깜빡대는게 신기했다. 입을 오물오물 하는게 너무 사랑스러웠다. 뱃 속에 있을 때부터 순하더니 지금 눈으로 보는 모습도 그냥 딱 순딩이다. 너무 너무 이쁘고 이뻐죽겠다. 이렇게 이쁜 애기를 내 몸으로 낳았다니.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나올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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